오늘 귤쌤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음악은, 귤쌤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중 하나인 생상스의 그랑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입니다.
<오페라>
오페라는 Opus 그러니까, '작품'이라는 뜻의 복수형, Opera, 직역하면 '작품들'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말그대로, 르네상스 이전의 음악들이 단일화 된 음악작품이 일반적이었던 것에 반해, 오페라는 막의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악작품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
오페라는 르네상스 이후 초기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반으로 한 오페라만 존재했었습니다.
대개 이런 주제의 오페라는 왕정 사회 귀족들 사이에서 규모로 권력을 드러내기도 하고 오페라 자체의 내용을 교훈적 의미로써 받아드려져 왔기 때문에, 그 최초의 기능은 권선징악, 혹은 왕정의 당위성에 대한 전래동화 같은 모습을 띄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종교(기독교)기반에서도 신과 예수에 대한 언급을 오페라 극으로 만드는 것은 신성모독이라 받아드려져 왔기에(이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저급하고 세속적인 음악이라 받아드려져 왔습니다), 오랜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교훈적 형태로 비유하듯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오페라 부파(희극, 코미디, 풍자 및 농담스러운 주제)라는 장르가 쪼개지고 기존의 오페라는 오페라 세리아(진지한 오페라, 심각한 오페라)라는 명칭으로 서로 나누어지면서, 오페라의 양상은 조금씩 변화를 거치게 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오페라의 인지도가 단일 국가를 넘어서, 유럽 전역에서 내노라 하는 모든 왕족과 귀족이 향유하는 문화적 대중성을 얻게되면서, 종교계 또한 오라토리오 이후 이를 받아드리기 위한 여러 단계를 거치게됩니다.
삼손과 데릴라는 낭만시대 까미유 생상스의 대표적인 종교 오페라 중 하나입니다.
성경 구절에서 등장하는 삼손이 매혹적인 한 여성으로 인해 몰락하는 과정을 담고 있죠. 이런 측면에서는 앞서 살펴본 비제의 카르멘과도 유사한 궤를 보이고 있습니다.
깊이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 들려드리는 음악은 오페라 종장의 클라이막스 전, 향락의 파티(바카날레) 부분의 음악입니다.
세빌리아의 투우장 앞 광장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카르멘이 에스카밀로의 팔짱을 낀 채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다. 에스카밀로는 그녀의 행복을 비는 키스를 하면서 "카르멘,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 (Si tu m'aimes, Carmen)"하고 사랑의 노래를 감미롭게 부르고는 성큼성큼 투우장으로 입장한다.
4막 중 에스카밀로의 노래
카르멘, 그대가 날 사랑해 준다면 (Si tu m'aimes, Carmen)
에스카밀로:
Si tu m'aimes, Carmen,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카르멘,
Tu pourras tout à l'heure 너는 곧
Être fière de moi.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거야.
Si tu m'aimes! Si tu m'aimes!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카르멘:
Ah! Je t'aime, Escamillo, 아!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에스카미요,
je t'aime et que je meure 당신을 사랑해요, 만약 내가
Si j'ai jamais aimé quelqu'un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다면
Autant que toi. 당신만큼이나.
카르멘과 에스카밀로:
Ah! Je t'aime. 아!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Oui je t'aime. 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네 명의 기병:
Place! Place! Place au 길을 비켜라! 길을 비켜라! 길을 비켜라
seigneur alcade! 알카데 경께서 지나가신다!
프라스키타:
Carmen, un bon conseil, 카르멘, 좋은 충고야,
Ne reste pas ici. 여기 있지 마.
카르멘:
Et pourquoi, s'il te plaît? 왜지, 말해줄래?
카르멘의 친구인 한 마약 밀매업자가 다가와 호세가 여기에 와 있으니 생명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오래 머무르지 말 것을 충고한다. 그러나 카르멘은 뻔뻔하게도 군중들의 틈에 끼어 투우 경기를 관람한다. 극도로 분노한 전 남자친구가 그때 등장한다. 그리고 카르멘에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카르멘은 그를 죽도록 사랑한다고 말하며 이제 당신과의 관계는 끝장이라고 분노하면서 소리친다. 군중의 "투우사여! 만세! "하는 환호성이 들리자, 카르멘이 얼른 입구로 몸을 돌린다.
결국 이성을 잃은 호세는 카르멘의 등을 칼로 찔러 죽이고카르멘은 그의 발 앞에 쓰러진다. 관중석에는 투우에서 승리한 에스카밀로를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카르멘의 시신 앞에 홀로 남은 돈 호세는 기병들에게 자신을 체포해 달라면서 오페라는 끝이난다.
The end.
귤쌤의 주절주절 白 :
150년전 만들어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사실 오늘날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너무나 쉽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집시여성과 질투에 눈 먼 남자의 피 튀기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이미 수많은 막장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스토리를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오페라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이 단순한 시놉시스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그 시대에 어떻게 받아드려지는지를 이해하고, 음악 예술 작품이라는 그 이야기가 전개되어져가는 과정, 그 과정 자체에 가치가 있습니다.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막장드라마라는 주제가 비제라는 음악가를 만나 어떤 노래, 어떤 분위기로 전개되는지를 비제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듣는 150년전 이루어진 클래식이라는 음악은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나는 어떤 느낌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는지를 통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비제는 카르멘을 야성적인 메조 소프라노의 매혹적인 집시여성으로 묘사했지만,
누군가는 카르멘을 세련된 드레스를 입고 호호 소리내며 내숭떠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클래식을 '고급스럽다'라고 논하지 않고, '고전예술의 가치가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미술관에서 명화를 바라보는 것과도, 과거 철학자의 명언을 되새김하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누군가는 어떠한 교훈을 얻을수도 있고, 누군가는 단지 흥미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또 누군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립니다.
인간은 사랑을 합니다.
때로는 사랑에 눈이 멀고,
때로는 사랑에 살다가
또, 사랑으로 인해 파멸하고 말죠.
우리의, 나의 삶은 아름답고 매혹적인 카르멘일까요? 비참한 결말을 알면서도 바보처럼 행할 수 밖에 없는 돈 호세인걸까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귤쌤이 생각하는 '예술' 입니다.
우리의 삶 한명 한명 그 자체가 예술이되기 위해, 다른 천재들의 예술에 귀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르멘은 집시 친구들과 함께 트럼프 (점괘 카드에 대한) 3중창을 부른 후, 호세에게 경계를 맡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밀수품을 운반하러 떠난다. 한편,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미카엘라는 호세를 찾아 산 속으로 들어온다. 이때 미카엘라는 감동적인 아리아 "이젠 두렵지 않아 (Je dis que rien ne m'épouvante)"를 부르며 용기를 내어본다.
Je dis que rien ne m'épouvante
아무것도 나를 두렵게 할 수 없어 / Bizet, Carmen
(Micaela) Je dis que rien ne m'épouvante, 아무것도 나를 두렵게 할 수 없어, Je dis, hélas! que je réponds de moi; 나는 말한다, 아아! 나 자신을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을; Mais j'ai beau faire la vaillante... 그러나 내가 아무리 용감한 척해도 소용없어... Au fond du coeur je meurs d'effroi! 나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서 죽을 것만 같아! Seule en ce lieu sauvage 나홀로 황량한 이곳에서 Toute seule j'ai peur, 나홀로 두렵구나, Mais j'ai tort d'avoir peur. 그러나 나는 두려워해선 안돼. Vous me donnerez du courage; 당신께서 용기를 내게 주소서; Vous me protégerez, Seigneur! 당신께서 나를 보호해 주소서, 주여!
Je vais voir de près cette femme, 내가 가까이서 이 여자를 만나봐야겠어, Dont les artifices maudits 그녀의 간교한 책략은 Ont fini par faire un infâme 그를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고 말았어 De celui que j'aimais jadis! 내가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을! Elle est dangereuse...elle est belle! 그녀는 위험해... 그녀는 매력적이야! Mais je ne veux pas avoir peur! 그러나 나는 두려워하고 싶지 않아! Non, non, je ne veux pas avoir peur! 아니야, 아니야, 나는 두려워하고 싶지 않아! Je parlerai haut devant elle...ah! 나는 큰소리로 말할거야 그녀 앞에서...아! Seigneur, vous me protégerez. 주여, 당신께서 나를 보호해 주소서. Protégez-moi! Ô Seigneur! 보호해 주소서 나를! 오 주여! Donnez-moi du courage! 주소서 나에게 용기를!
그러나 미카엘라는 계속해서 헛되이 산 속을 헤매다가 갑작스러운 총성에 놀라게 되는데, 그 총소리는호세가 정체불명의 침입자를 향해 발사한 것이었으며, 그 인물은 다름 아닌에스카밀로였다.
에스카밀로는 카르멘을 잊지 못해 그녀를 찾아왔고, 호세는 분노하며 칼을 내주고 결투를 벌인다. 싸움이 격해져 에스카밀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카르멘이 도착하면서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에스카밀로는 사람들을 곧 열릴 세비야 투우경기에 초대하며 자리를 떠난다.
이때 미카엘라가 나타나 눈물로 호세에게 간청한다. 그녀는호세의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아들의 귀환만을 기다리며 위독한 상태라고 전한다. 그러나카르멘이 차가운 태도로호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자, 그는 분노하며 격렬하게 반응한다.
멀리서에스카밀로가 부르는 "투우사의 노래"(여기서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v)라 부르는 오페라 작곡기법이 나타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추후 기회를 마련해보겠습니다.)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이를 들은카르멘이그를 따라가려 하자호세는그녀를 붙잡으며 "지금은 떠나지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외친다. 결국,그는 미카엘라와 함께 산을 내려가며 3막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