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키에리(Adriano Banchieri) - 작은 카프리치오와 동물들의 대위법(Capricciata e contrappunto bestiale alla mente) :: [귤상자]귤쌤의 음악상자

 

 

 

안녕하세요.

귤상자 오늘의 음악은 르네상스 세속음악 작곡가 아드리아노 반키에리(Adriano Banchieri, 1568-1634)입니다.

 

르네상스는 신본 중심의 인본주의가 싹튼 특별한 시기인데요, 이전 시대인 중세에 비해 비교적 활발하게 다양한 문명과 오락문화가 발전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반키에리의 동물들의 대위법은 교회절기 중 사순절 전야제인 카니발(Carnival, 사육제, 축제)에 불러졌던 노래입니다.

 

+ 그것 아시나요? 사육제(謝肉祭)의 뜻은 바로 "고기를 사양(거절)하는 기간" 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순절이란 예수님이 십자가 처형에 달리기 전 40일의 고난기간을 뜻합니다. 교회에서는 이 기간때의 '금욕'과 '단식'을 중요시 여겼죠. 국교가 기독교였던 때인지라, 우리가 유교를 바탕으로 명절때마다 제사를 드리 듯, 그들도 이러한 교회의 지침에 따를 수 밖엔 없었습니다. 이상한건 이 과정 속에서 서구의 사람들은 "그럼 40일 동안 못할 성행위와 폭식을 미리 하면되겠네!"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놓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친숙히 듣던 용어인 카니발, 사육제, 페스티발, 전야제가 시작되었죠.

 

 

 

 

 

나중에 다시금 서양음악사 르네상스편에서 설명드리겠지만, 아직 이 시대 조차 순수한 창작곡이란 존재하기 어렵던 시기인지라, 카프리치오가 끝나고 1:00 부터 시작되는 동물들의 대위법에 사용되는 '정선율(Cantus firmus)'로는 당대의 유명 세속선율인 "Fa-lalala~! Nulla fides gobbis similiter est zoppis, si squerzus bonus, bonus est, super annalia scribe" 라틴어 선율이 저음부에 확대된 형태로 깔립니다.

 

뜻은 "푸핡-깔깔깔~! (생각과 행동이 비뚤어진, 못 믿을만한)zoppis 같은 gobbis 녀석을 가까이 했다가는, 그래, 보너스로 네 인생도 훅갈껄. 가서 그걸로 자서전이나 쓰지그래."

입니다.

 

점잖고 진지해 보이는 저음부의 목소리가 저런 가사를 읇고 있다는게 꽤나 반전스럽지 않나요?

 

그 위에 얹어지는 대위적 성부로는 두플룸(Duplum, 2성부)에 babau 로 노래하는 걸 보아하니 '멍멍이' 같고, 트리플룸(Triplum, 3성부)에 miau 로 노래하는 걸 보니 '냥냥이' 같고, 콰드루플룸(Quadruplum, 4성부)에 Chiu~ 하는건 모르겠네요(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그 위에 마지막으로 5성부에는 (쿠쿠하세요~)Cucu 로 노래하는 걸로 '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곡은 온갖 동물들이 친구 잘못 둔 멍청이를 돌려까는 집단 다구리 음악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늘날 사람들보다 어떠한 규제도 없었던 수백년 전 사람들이 더 신나게 놀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