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 :: [귤상자]귤쌤의 음악상자

 

 

 

안녕하세요 귤쌤입니다.

오늘의 귤상자는 다소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여러분께 엔니오 모리꼬네의 대표작,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 오보에를 전해드립니다.

 

바로 어제 2020년 7월 6일을 일기로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91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습니다.

 

그는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9살때부터 아버지의 권유로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고프레도 페트라시'에게 트럼펫과 작곡, 합창곡, 지휘를 배웠는데 약 13세의 나이가 되어서 정식으로 음악 학교에 입학하였지만, 그는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어려운 청년기를 보내다 오랜 음악공부와 전쟁 경험을 배경으로 딛고서 놀라운 수준의 영화음악을 1961년 33세때부터 작곡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50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이 있지만, 그 중 대표작으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작품 제목만으로도 그의 OST가 너무나 쉽게 연상되기에, 한편으론 거장의 빈자리가 매우 안타깝습니다.

파시스트 (The Fascist, 1961년)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964년)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965년)
석양의 무법자 (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1966년)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년)
시실리안 (Le clan des Siciliens, 1969년)
1900년 (Novecento, 1976년)
올카 (Orca, 1977년)
엑소시스트 2 (Exorcist Ⅱ: The Heretic, 1977년)
천국의 나날들 (Days of Heaven, 1977년) - 아카데미상 후보
새장 속의 광대 (La Cage aux Folles, 1978년)
괴물 (The Thing, 1982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년)
미션 (The Mission, 1986년) - 아카데미상 후보, 골든 글로브 수상
언터처블 (The Untouchables, 1987년) - 아카데미상 후보, 그래미 수상
시네마 천국 (Nuovo cinema Paradiso, 1988년)
햄릿 (Hamlet, 1990년)
벅시 (Bugsy, 1991년) - 아카데미상 후보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 1992년)
사선에서 (In the Line of Fire, 1993년)
폭로 (Disclosure, 1994년)
러브 어페어 (Love Affair, 1994년)
롤리타 (Lolita, 1997년)
미션 투 마스 (Mission to Mars, 2000년)
말레나 (Malèna, 2000년) - 아카데미상 후보
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 2015년) -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귤상자 읽어주는 귤쌤, 오늘의 음악은 <영화음악>이라는 주제로 설명을 이어가보고자 합니다.

 

영화음악은 타 음악 장르와는 다른 특별한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화와의 '직-간접적 관련성'입니다.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화 안에서 해당 곡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요소들을 함께 해석해야지 작품을 온전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화 감독이 어떻게하면 장면을 효과적으로, 배우들의 감정표현을 들어낼지 화면의 앵글과 영상 촬영기법, 다양한 연출 소품을 통해 상징적으로 암시를 하는 반면, 영화의 음악 감독은 이와같은 내용을 음악속에 녹여내고자 노력합니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음악의 거장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다운 선율도 있지만, 영화음악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풍부한 상상력과 스토리의 함축적 메시지 표현에 있습니다. 단순히 그저 선율이 아름답기만 해서가 아닌, 음악을 들으면 영화 전반의 스토리가 함축적으로 이해됩니다. 때로는 음악을 통해 주인공이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들, 공포, 두려움, 희망, 기쁨과 같은 비언어적이거나 추상적인 것부터 넓게는 영화 전반에서 음악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관객들의 가슴 속에 조용히, 하지만 강렬하게 전해지죠.

 

아래는 영화'미션'의 해당 음악 삽입구간 클립입니다. 구간을 나누어 살펴보도록 합시다.

 

<파트1-남미 오지로 떠난 선교사인 '가브리엘 신부'는 원주민 과라니족과 접촉하기 위해 '기대와 걱정'을 함께 갖고 연주를 시작합니다.>

 

 

<파트2-신부의 오보에 선율과 동시에 (1:30) 구구궁.. 하는 낮은 베이스 드럼 효과음이 원주민들의 긴장감 어린 발걸음과 심리 상태를 상징합니다. 이에 두려움에 신부는 점차 빠르게 오보에를 연주합니다.>

 

 

<파트3-연주가 단절되고, 그의 시도는 조심스러워집니다. 하지만 두려움 가운데에서도 다시 연주(소통)하고자 노력합니다.>

 

 

<파트4-과라니족은 처음에 오보에를 부수지만 이후 오보에를 어떻게든 수리해보려 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 전반에서 원주민이 선교사로 부터 받는 반감과 이후 우호적인 관계가 될 것을 암시합니다.>

 

 

<파트5-오보에가 부수어졌지만, 가브리엘 선교사의 오보에 선율은 BGM으로 깔리면서 그의 활동이 계속될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영화 '미션'에서 '오보에'라는 악기는 '고도화된 문명'과 '평화적인 소통'을 동시에 의미하는 상징물입니다. 이러한 매개체를 통해 원주민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던 선교사를 단순한 두려움으로부터 마음을 열게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영화 전반의 전개와 음악이 너무나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클립에서도 처음에는 선교사를 적대시 하던 원주민들이 오보에(문명+소통)를 부수어버리지만, 끝내 오보에는 수리되어 다시금 소리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원주민을 만나고 두려움에 있는 주인공이 겁먹어서 선율을 빠르게 연주하다가 결국 마주하는 모습, 이후로도 소통하고자 다시 오보에를 연주하는 모습, 음악이 단절되고 원주민은 오보에를 부수어버리지만 끝내 BGM으로 다시깔리는 멜로디를 통해서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영화 전반의 전개요소를 암시하는거죠

 

 

이번에는 가브리엘의 오보에 악곡 선율 그 자체를 분석해봅시다.

 

첫 도입부는 높은 고점에서부터 하행하는데, 다양한 장식음을 흩뿌리며 부드럽게 내려옵니다.

이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겠으나, 문명을 이룬 지역에서 온 선교사가 아직은 '낮은 땅', 영화에선 남미로 표현되는 문명적으로 낮은 원주민을 찾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장면과 분위기인데, 첫 클립에서 해당 도입부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남미의 넓은 땅을 위에서 내려다보듯 촬영하는 장면이 연결됨에 따라, 광활한 대지에 부드럽게 내려온 선교사의 모습(접촉을 시도하고자 하는 노력)을 자연환경과 동시에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한번으론 안될 것 같으니, 두번 내려오잖아요. 다른 모양, 다른 방법으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선교사 '가브리엘 신부'가 원주민을 처음 대면하는 장면<위 클립의 파트2>에서 삽입되는 구간의 선율입니다.

 

 

파란색으로 칠한 구간의 트릴부분, 라시라시 솔~ 해서 가는 이 음형은 선교사 마음 속의 '걱정과 두려움'을 상징합니다. 

주황색으로 칠한 구간은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적으로 원주민들과 소통을 해보고자하는 선교사의 '기대와 상승의지'가 표현된 패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선 이 부분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원주민들이 연주를 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브리엘 신부는 계속 노력하여 이후 BGM을 통해  시-솔, 솔! 해서 테누토로 전개되는 깊은 6도 도약은 이런 기대가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죠.

 

+ 쓱 지나가는 팁 하나, 악보에 그려져있는 크레센도데크레센도를 눈여겨 보세요. 조심스러워져야할 때 줄어들고 의지를 표현해야할 때 강해지는 것을 통해, 섬세하게 잘 만들어진 음악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해하고 보시면 소름이 돋는 음악 예술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위에서의 클립에서 등장하는 선율들은 각각 어떤 부분의 감정을 연주하는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하면서 전체적인 씬을 감상해보신다면, 더 많은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영화가 주는 작품성과 재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이런 요소까지 세밀하게 계획하고 신경을 쓴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음악의 거장이 될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보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또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우리가 함께 동일한 시대를 살아가며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오늘의 음악을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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