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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으로 오른팔 한 쪽이 날아갔다. 누군가는 목숨이라도 건진 것이 어디냐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필 그는 피아니스트였고, 피아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인간이었다. 이 비운의 주인공은 당대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파울 비트겐슈타인이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형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음성을 구현해 내더라도 피아노는 낮은 도부터 높은 도까지 절대적 음역으로 고정돼 있는 음악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음악 구조는 보통 오른손 파트에 비중을 두고 있기도 했다. 왼손잡이 피아니스트가 있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대다수의 피아니스트는 오른손 연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속에서 한 팔을 잃은 비트겐슈타인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비트겐슈타인은 피아노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존의 작품들을 왼손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했다. 뿐만 아니라 유명 작곡가들도 비트겐슈타인을 위해서 왼손을 위한 곡들을 써주데 동참한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이 바로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양 손을 위한 피아노 파트에 뒤지지 않는 탄탄한 짜임새

곡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전쟁의 음산함이 느껴지고 멀리서 피 냄새가 달려드는 것처럼 콘트라베이스와 콘트라바순이 깊은 동요를 일으킨다. 이어서 관현악이 대동되면서 군사적인 행렬이 느껴진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가운데 이 속을 뚫고 한 줄 희망처럼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오른 팔을 잃은 비트겐슈타인의 절망과 희망이 뒤엉키는 듯 피아노 건반은 고저를 막론하고 뛰논다. 그가 양손으로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아르페지오를 넘나들며 부드러운 선율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음악은 클라이맥스에 이를수록 한 손이 두 손을 흉내 낼 수밖에 없는 절망과 나약함이 느껴지기도 하다. 그 배후에는 전쟁이 있었으며 그 피해자가 비트겐슈타인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마지막엔 확장된 카덴차로 폭발적인 몸부림도 느껴진다.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두 손 연주를 위해 작곡된 피아노 곡보다 부족하지 않다. 모리스 라벨이 “두 손을 위해 만들어진 피아노 파트보다 더 빈약하지 않은 짜임새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세련된 짜임새와 감정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아픔과 슬픔 그리고 희망까지 점철된 곡 ‘왼손을 위한 협주곡’은 여전히 비트겐슈타인이 양손으로 친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만큼 완벽하다.

 

- 출처 / 민중의 소리 -

 

 

△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1889.04.26 ~ 1951.04.2)의 의뢰로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 처음 작곡 되었을때에, 라벨은 비트겐슈타인의 성에서 이곡의 피아노 파트를 두 손으로 연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라벨의 곡을 들은 비트겐슈타인은 후일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고 한다. "당시의 나는 그의 작품에 압도되지 않았다. 나는 짐짓 감탄하는 척하는 성격이 아니었으므로 라벨은 아마 실망했을 것이다.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 여러 달 동안 연습을 거듭한 후에야 비로소 이 작품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둘은 독주자와 지휘자의 관계로 1933년에 짧은 영상물을 녹화할 정도로 겉으로는 평화로워보였지만, 당시의 라벨은 비트겐슈타인의 몰이해에 화가 많이 났을 뿐만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의 그 귀족적인 태도를 결코 용서치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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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도 우리가 접하는 하나의 곡은 반주와 선율,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때문에 한손은 선율을, 한손은 반주를 하는것이 피아노의 기본적인 테크닉이다. 하지만 이 곡은 왼손 속에서 반주와 선율을 분리함으로써 한손 만으로도 높은 퀄리티를 지닌 곡을 만들어 낼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낮은 음역대를 위주로 사용하며 진행하기때문에 깊고 강한 울림으로 인한 진행도 한손만의 연주가 가능하게한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한손을 잃은 피아니스트의 마음은 어떨까...?' 라고 생각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살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나았을 것... 이라고 말할것이라 생각해본다. 이 기분은 음악을, 악기를 다뤄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조차 불가능할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모든 음악가들은 한 곡의 음악을 연주하기위해서는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년까지도 수천,수만번의 연습이 필요하고, 그 결과물이 무대에서의 약 5분여의 연주라는 것을 관객중에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는 분명 한손만으로도 아름다운 날갯짓을 시도하고 있지만,

위 기사와도같이 이 곡 조차도 점차 절정에 이르러 갈수록 양손을 흉내낼수밖에 없는 잔혹한 현실에 다시한번 좌절케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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